로코에 현실 한 스푼 '쌈, 마이웨이'

Posted by e park
2017. 6. 23. 00:35 리뷰

최근까지 보고싶은 드라마가 없었다. 그 유명했던 도깨비도.. 초반 1, 2회를 시청했지만 이상하게 사람들이 열광했던 도깨비열풍에도 난 합류할 수 없었다. 드라마에서 그려진 퀘백이 너무 낮설어서 그랬을까 아님 단지 내가 다큐형식의 드라마를 좋아해서일까. 지난해 혼술남녀 후 볼 드라마가 없었던 요즘. '쌈, 마이웨이'가 박서준을 내걸었고 '그녀는 예뻤다' 덕후였던 나를 소환했다.


"썸"이란 주제가 조금 식상했지만 너무 오랜만에 나온 로코 드라마가 반가웠다.  방송 시작 후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현실적인 느낌이 들어 갈수록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었고 판타지 로코를 꿈꾸는 이들에게 작가가 던지는 메세지가 맘에 들었다. "옛다 이게 바로 현실이다 정신차려!" 라고 물한사발 던져주는 느낌.




30대 그 어디쯤 존재할 청춘들, 내 나이가 몇인지 더이상 세지않는 나이가 될 무렵. 우리들이 잊고있던 20대를 아름답지만 냉철하게 비판해주는 이 드라마가 흔한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인생, 성공 스토리와는 사뭇 달랐다.


로코킹 박서준은 더이상 돈많고 능력있는 식상한 드라마 남주 캐릭터가 아니었고  안재홍은 차츰 사회에 물들어가는 20대 후반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준다. 백화점 인포에서 일하지만 아나운서의 꿈을 놓치않는 김지원도 홈쇼핑 콜센터에서 근무하며 소소한 삶에 감사하는 송하윤의 모습도,




이 드라마를 보다보면 정말 예전에 본 드라마가 스치곤 하는데 2000년대 초반 드라마 아일랜드가  가끔 떠오르곤 한다. 너무 예전이라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현빈, 이나영, 김민정, 김민준 네명의 캐릭터들이 그렸던 다양한 모습과 그리고 OST 까지. 모든것이 완벽했던 드라마여서 네명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드라마에 자꾸자꾸 생각나곤 한다.  단 쌈마이웨이 드라마 내용과는 단 1% 도 비슷하지는 않다. 그냥 자꾸 추억으로 인해 소환이 될 뿐.


쌈마이웨이에서 또 눈여겨 볼 캐릭터는 주인공 주변 인물들이다. 그들은 한때 유명했지만  자신과 비교해 모든면에서 턱없이 모자란 주인공들의 소소한 행복을 시기하고 작은 행복까지 뺏으려는 모습들이 자주 그려진다. 두서없이 주인공을 괴롭혀야하는 사명감과 함께 태어나는 악역들. 하지만 드라마 작가는 주인공 주변 캐릭터 하나하나를 소모품처럼 등장시키지 않는다. 아직도 꿈을위해 노력하는 주인공들을 역으로 부러워하는 주변인물은 악역이 아닌, 성공의 그림자 쯤이 아닐까. 




지금까지 달달한 로코보단 스릴러에 가까웠던 '쌈, 마이웨이'. 특별출연의 반전으로 스릴러 만점을 선사한 쌈 마이웨이는 로코에 현실 한스푼을 넣으면 등장할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닐까 생각한다.


공감할 수 있고 꿈을 가질수 있고 20대의 풋풋하기만 했던 나의 꿈이 현실과 부딪쳤을때 우리는 어떻게 조금씩 타협을 시작하게 되는지도 이 드라마를 통해 다시한번 깨닫는다. 그리고 오늘은 그저 먼 훗날 행복할 나의 모습을 위한 과정이 아님을 이 드라마 엔딩에서 마주할 수 있기를 기대 해본다.